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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자의 패션 실험실/김유겸

패션산업은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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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유겸 FITI시험연구원 본부장 (fpost@fpost.co.kr) | 작성일 2020년 06월 08일 URL 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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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패션(fashion)’을 단순한 옷(clothing)보다 더 포괄적인 의미에서 입는 행위를 통한 자신의 표현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도 ‘패션’은 ‘옷’이라는 개념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객관적(?) 통계 자료를 소개하고자 한다. 

 

패션(fashion)은 옷(clothing)인가?

구글의 다양한 제품군 중에는 1800년부터 2008년까지의 출간된 책에서 특정 단어의 출현 빈도를 알려주는 엔그램 뷰어(Ngram Viewer)가 있다. 여러 가지 단어를 함께 검색하면 약 200년간의 그 단어의 출현빈도 추이를 비교하여 보여 준다. 

 

‘패션(fashion)’과 ‘옷(clothing)’을 엔그램 뷰어를 통해 비교해 보면, 서로 상대적으로 어느 한쪽의 출현 빈도가 높아지면, 다른 한 단어는 같은 비율로 출현 빈도가 낮아지는 결과를 보여준다.

 

산업혁명 이후 제1차 세계대전 이전까지는 산업의 발전과 경제성장의 영향으로 지속적으로 ‘fashion’, ‘clothing’의 출현 빈도가 함께 늘어나는 현상을 보이다가 1914년~1918년 제1차 세계대전 기간 동안에는 ‘clothing’이 ‘fashion’의 출현 빈도를 대치하고 있다. 

 

이후 1929년~1939년 대공황 기간에는 ‘fashion’의 출현이 증가하다가, 세계 제2차 대전 기간 동안에는 다시 ‘clothing’ 이 ‘fashion’을 대치하고 있다. 이후 완만한 유지를 보이다가 2000년 초반 이후에는 다시 ‘fashion’의 출현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두 단어 간의 비교 그래프만 놓고 보면, 완벽하게 ‘패션(fash ion)’ 과 ‘옷(clothing)’이란 단어는 상호 대체재로서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세계 대전과 같이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시기에는 ‘clothing’을 통해 입는 행위 본질에 집중하고, 대공황 시기와 같은 고민의 시기에는 새로운 돌파구로서 ‘fashion’이 보다 많이 언급된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다면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인한 현 상황을 지나면서 어떤 표현이 더 언급될지 궁금해진다. 현 상황을 대공황과 같은 경제적 침체에서 온 상황으로 생각하면, 아마도 ‘fashion’ 이라는 단어가 더욱 많이 인용될 것으로 예측해 본다. 즉, 새로운 변화와 기회를 기대하면서 ‘fashion’이란 단어가 자주 언급될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지나고 난 이후의 뉴 노멀(new normal)을 예상하면, 앞으로의 ‘fashion’은 지금까지 입을 것으로서의 ‘clothing’의 대체재가 아닌 좀 더 다른 의미의 단어로서 활용되어야 할 것이다.

 

개인을 표현하는 수단으로서 ‘옷’의 기본적인 역할은, ‘패션’을 통해서 입는 사람의 몸을 통해 표현하는 수단의 하나로 규정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fashion’은 옷, 신발, 모자, 안경, 시계 그리고 웨어러블 디바이스와 같이 몸에 착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화장을 위한 모든 것을 포함한다. 앞으로 엔그램 뷰어가 보여주는 ‘fashion’은 단순한 ‘clothing’ 대체재가 아닌 보다 확장된 영역으로 발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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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은 오케스트라, 패션산업은 지휘자 

지금 글로벌 ‘패션’산업은 디자인, 섬유, 염색, 화학, 환경, 정보통신, 물류 산업 등을 총 망라하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 같은 역할을 하는 리딩(leading) 산업으로 크게 변모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fashion’의 완성을 위한 최적의 조합을 원하고 있다. 

 

반면 우리의 산업구조는 공급자 중심으로 유지되고 있다. 섬유소재 부문에서는 품질과 기능성을 개선하고자 하고, 패션부문에서는 디자인과 마케팅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한다. 공급자는 각자 잘 하고 있는 것, 즉 익숙한 방식에 집중하고 있다.

 

세미나 발표 시 의류패션을 공부하는 대학생들에게 질문하면 대부분 디자인과 마케팅 분야에서 일하기를 선호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디자인, 마케팅은 패션산업에서는 매우 중요하고 반드시 필요한 요소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섬유공학도들은 가장 큰 ‘고객’인 패션산업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함께 시장을 만들어 가는데 주저했다. 품질과 기능성이 섬유소재가 가져야 할 핵심 요소이지만 지금 변화하고 있는 패션시장은 섬유산업이 ‘지속가능한 소재(sustainable material) 공급 산업’으로 거듭나기를 요구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를 지나면서 시장은 요동치고 있다. 품질과 디자인 이상의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소재와 생산방식을 통해 신뢰할 수 있는 공급자에 의해 생산된 제품의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기를 바라고 있다. 

 

내가 할 수 없는 것은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없고 그것은 다른 누군가의 몫이라고 미루어 왔다. 그러는 사이 세상은 변하고, 통합된 플랫폼을 통한 상품과 서비스가 결합된 새로운 상품은 더 이상 생산, 공급자들의 중심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단순 ‘옷’이 아닌 ‘패션’으로서의 역할을 위해서는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최상의 서비스를 마련해야 한다.

 

그런 기능과 자원이 내게 없으면, 누군가 가능한 파트너와 협력해야 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함께 만들어내며, 시장의 새로운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비즈니스를 업그레이드해야 하지 않을까?

 

2000년 이후 엔그램 뷰어에서 ‘fashion’의 출현 빈도가 계속 증가하기 바라며, 또한 세계적인 지휘자로 새롭게 변화될 우리의 패션산업의 미래를 기대해본다.​ 

경력사항

  • (재) FITI시험연구원 Quality & Audit
  • ISO/TC 38 Textiles, convenor – WG27, WG31 SC24/WG5
  • ISO/PC 308 Chain of Custody, ISO/TC 323 Circular Economy delegate
  • 한중일 섬유산업연합회 협력회의 지속가능성분과 한국간사
  • UNFCCC (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 - Fashion Charter Working Group member
  • 경희대학원 섬유공학과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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