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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자의 패션 실험실/김유겸

경제적인가? 합리적인가? 그것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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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유겸 FITI시험연구원 본부장 (fpost@fpost.co.kr) | 작성일 2020년 04월 27일 URL 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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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전 세계는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인한 경제 침체를 맞고 있다. 글로벌 패션업계 유통의 흐름이 멈추면서 오더가 취소되고, 매장이 문을 닫는 어려움에 직면하면서, 예상되는 마이너스 성장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에 대한 전례 없는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다. 

 

전문가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경제에 대한 관점은 항상 성장에 있다. 경제활동을 통한 성장이 우리에게 좋은 것이며, 끊임없이 바삐 돌아가는 사이클을 통해 얻어지는 ‘경제성 있는 서비스와 상품’을 구매하는 것이 미덕이라 믿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잠시 일상의 사이클이 멈춘 지금, 그동안 우리는 습관적으로 이어져 왔지만 합리적이라 할 수 없는 결정과 행동을 하고 있지 않았을까 라는 질문을 던져 본다.

 

경제적인 소비란 무엇인가?

우리나라에서는 냉장고, 에어컨과 같이 에너지를 소모하는 상품에는 소비 전력량, 연간 에너지 비용 등의 정보가 표시된 ‘에너지 소비 효율 등급’ 라벨을 표시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여러 조건이 비슷하다면 효율이 보다 높은 상품을 선택할 수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우리는 에너지 효율이 평균 5%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상품을 이용하고 있다. 2019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 약 2천만 개 정도 있으며, 한 개 가격은 보통 2천만 원 이상인 물건을 출퇴근하면서 하루에 2시간 남짓 이용한다. 이 정도면 짐작할 수 있다. 승용차다. 

 

승용차의 목적은 사람이 타고 이동하는 것이다. 그런데 승용차 무게 1.8톤, 1인 몸무게 70kg을 기준으로 할 때, 탑승자 이동에 소모되는 연료는 3.7% 뿐이다. 연료의 96.3%는 승용차 자체를 이동시키는데 쓰인다.

 

이렇게 이상하고 불합리한 에너지 소모가 발생하게 된 것은 경쟁적으로 승용차를 빠르게 달리게 하고, 각종 편의기능을 넣고,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를 부착하면서 무게가 점점 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점점 무거워지는 승용차들과의 충돌로부터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가 늘어나면서 무게는 더 늘어난다. 그러면서 에너지 소모는 더욱 심화되면서도 승용차는 점점 비싸진다. 

 

다행히도 우리는 승용차를 선택할 때 연비를 고려한다. 자신이 부담하는 비용에 비해 얼마나 경제적인지 알고 싶기 때문이다. 물론 연비를 기준으로 한다면, 보다 경제성 있는 승용차를 선택할 가능성은 커진다. 

 

그 차이에 의한 선택으로 개인에게는 다소의 이익이 생길 수 있으나, 지구라는 큰 틀에서 생각해 보면 어찌됐든 승용차 자체가 이동하는데 에너지의 대부분을 사용하는 불합리한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경제 사이클이 멈춘 지금, 우리가 그동안 본질적인 문제를 놓치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를 돌이켜 볼 때다.

 

경제적인 것이 항상 옳다?

지금 패션업계에서도 앞서 승용차의 ‘이상한 에너지 소모’와 같은 일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

 

전 세계 서플라이 체인을 바탕으로 글로벌 소싱으로 움직이는 패션산업은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낮은 곳을 찾아 생산지를 옮겨 다닌다. 좀 더 저렴한 가격에 옷을 시장에 내놓고는 이렇게 말한다. ‘경제적이다.’ 그러다가 끝내 팔리지 않는 옷은 소각장으로 보내 태워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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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저리로 원료와 소재를 옮겨 다니면서, 많은 인력과 자원, 에너지를 소모하면서 옷을 만들어 내지만 팔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태워 버린다는 것은 결코 합리적이지 않다. 그럼에도 이런 사이클이 빠르게 회전하면, 숫자로 양적 성장이 표시되고, 경제적으로 성장했다고 말한다. 기업의 투자 검토를 위한 회의석상이나 연구 개발 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항상 직면하는 곤혹스런 질문이 있다. ‘경제성이 있느냐?’

 

경제학자로서 현대 환경운동사의 중요한 역할을 한 에른스트 슈마허(Ernst F. Schumacher)는 그의 명저 「작은 것이 아름답다」에서 경제성이라는 가치 판단 기준에 대해 명쾌한 해석을 제시한다. 

 

“<경제성장>을 방해하는 것으로 알려진 것은 모두 부끄러운 것이며 거기에 집착하는 것은 방해꾼이나 바보 취급을 받는다. <비경제적이다> 라는 말만큼 결정적인 것은 거의 없다. 어떠한 행위에 비경제적이라는 낙인이 찍히면, 그것은 존재할 권리를 의심 받는데 그치지 않고 강하게 부정된다.” 

 

그는 모든 인간의 활동의 가치가 경제적이지 않다면 그 존재 가치도 불필요하다는 우리가 오랫동안 당연하다고 생각한 ‘경제성을 기준으로 삼는 가치 판단’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경제성이라는 기준에 의해 너무나 많은 것이 쉽게 판단되고 결정되는 것이 아닌가? 우리가 늘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 온 ‘경제성’이라는 기준에 의해서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지금 우리 자신과 그리고 후손들의 미래를 해치고 있지는 않는지 고민해야 하지 않는가? 

 

합리적 생산과 소비, 지구가 기준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일상이 멈춘 지금의 상황은 그동안 당연하다고 느꼈던 것을 다시 들여다 볼 기회를 준다.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해결되고 난 이후의 글로벌 패션시장은 이전과 같지 않을 것이라는데 동의한다. 

 

기존의 대량 생산-소비의 방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것이며, 적정 생산-소비-유통 방식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즉, 지금까지 보다 적게 만들고 따라서 적은 수의 공장으로도 물량 공급이 가능하게 되면, 글로벌 브랜드들은 지속가능성이 적용된 생산방식을 준비한 공급자를 우선적으로 선택할 것이다.

 

지금과 같은 무분별한 방식으로 자원을 소모하는 생산과 소비가 계속된다면, 향후 100억 명의 인구가 되는 시점에 현재와 같은 수준의 수요와 소비를 해결하려면 3개의 지구가 필요할 것이다.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는 패션산업의 풍요를 해치지 않으면서 미래의 수요와 공급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일은 쉽지 않다.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는 지금 당장의 경제성이 아니라 지구라는 한계를 인식하는데서 시작한다. 패션업계의 미래는 지구라는 한계를 인식하고 이를 바탕으로 어떻게 변모할 것인가에 달렸다. 

 

패션산업을 통해 발생하는 환경오염, 온실가스 배출에 의한 기후변화 그리고 자원의 낭비 같은 문제들이 무절제한 생산과 소비를 통해서 너무나 쉽게 벌어지고 있지는 않는가 하는 근본적인 의문에 답할 때다. 수억 년의 시간에 걸쳐 생성된 다시 만들어 낼 수 없는 에너지원인 석유, 셰일가스 등의 천연 자원을 너무 쉽게 써버리면서 ‘경제성’이라는 단순화된 기준을 따라가면서 안심하고 있지 않는지 생각해야 한다.

 

지구는 우리의 유일한 삶의 터전이고,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것으로 살아간다. 그러나 지구에서 얻어 쓸 수 있는 자원은 한정돼 있다. 그리고 거침없이 꺼내 써버린 자원 낭비로 지구가 유지해 온 절묘한 균형을 무너뜨리고 있다.

 

혹시 미래의 우리 후손들이 이렇게 얘기할지도 모르겠다.

“그 때 사람들이 석유로 움직이는 자동차를 타고 다니면서 그 귀한 것을 펑펑 태워 없애 버렸어. 그냥 여기 저기 왔다 갔다 하느라…. 그리고 입지도 않은 옷을 태워 버렸어.”​ 

경력사항

  • (재) FITI시험연구원 Quality & Audit
  • ISO/TC 38 Textiles, convenor – WG27, WG31 SC24/WG5
  • ISO/PC 308 Chain of Custody, ISO/TC 323 Circular Economy delegate
  • 한중일 섬유산업연합회 협력회의 지속가능성분과 한국간사
  • UNFCCC (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 - Fashion Charter Working Group member
  • 경희대학원 섬유공학과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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