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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자의 패션 실험실/김유겸

지속가능한 패션 산업은 동업자 정신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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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유겸 FITI시험연구원 본부장 (youkyum@hotmail.com) | 작성일 2021년 05월 31일 URL 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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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도 패션업계에 종사하는 A는 평소처럼 출근길에 차에 올라 신호등과 교통 표지판이 지시하는 대로 운전하여 무사히 회사에 도착한다.

 

회사에 도착한 A는 이번 시즌 제품 생산을 위해 거래처 담당자와 품질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이상 없이 출시될 수 있도록 담당 업무를 꼼꼼히 챙기고 출근 때와 마찬가지로 꽉 막힌 도로를 조심스레 운전하여 집에 도착, 하루를 마무리한다. 

 

비즈니스는 법과 표준으로 움직인다

A가 출퇴근길에 사고 없이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도록 해준 것은 주변의 운전자들과 함께 교통신호와 표지판이 지시하는 내용에 따랐기 때문일 것이다. 누군가의 지시에 따르지 않더라도 표시된 속도와 가고자 하는 방향의 표시에 따라 움직인다. ‘교통법규’라는 정해진 약속에 따라 자연스럽게 움직인다.

 

그러나 이 약속을 지키지 않을 때는 사고가 발생 발생할 수 있어, 약속을 지키지 않은 운전자에게는 관련 법령의 처벌 기준에서 정한 책임이 따르게 된다.

 

마찬가지로 A가 이번 시즌에 기획된 상품을 출시하도록 거래처와 합의한 ‘품질기준’에 따라 계획된 상품이 생산되지 못하면 A의 패션기업과 거래처는 함께 비즈니스의 기회를 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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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유지하는 묵시적인 약속에는 일반적으로 관습, 에티켓, 도덕과 같이 특정 집단의 생활방식 축적을 통해 정해진 것과 함께, 사람들의 합의를 통해 만들어진 약속으로 법과 표준이 있다.

 

전자의 묵시적 약속은 글자로 정리되지 않은 데 비해, 후자의 법과 표준은 문서로 정리되고 표현된다. 묵시적 약속을 지키지 않을 때에는 타인에게 불편함을 주는 데 그치지만, 법과 표준을 지키지 않는 경우에는 사회 구성원의 자격을 의심받게 된다.

 

법은 개인의 선택을 인정하지 않으며, 정해진 규칙을 지키지 않을 경우에 대한 처벌을 통해 규칙이 준수될 수 있도록 하므로 법을 지키는 것은 의무 사항이다. 

 

반면, 표준은 선택하는 것으로 비즈니스에 있어 거래 당사자 간의 합의된 기준으로 활용하게 된다. 예를 들어 폴로 티셔츠의 사이즈와 색상은 바이어 기업에서 규정한 품질 매뉴얼에 정리된 기준과 시험, 검사 등의 방법에 따른 결과를 비교해 확인한다.

 

 이때 품질 기준은 기업이 의도한 수준에 따라 결정되고 시험, 검사 등의 방법은 ISO(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Standards, 국제표준화기구, ISO는 등록상표), AATCC(American Association of Textile Chemists and Colorists 미국섬유화학염색자협회), ASTM(American Society of Testing and Material, 미국재료시험학회) 등 여러 표준기관이 정한 표준에서 선택한다.

 

동시에 섬유 소재에 유해한 화학물질이 포함됐는지 여부는 해당 제품이 유통되는 국가의 법령이 정한 기준에 따라 확인된다. 따라서 글로벌 공급망을 통해 생산되는 패션 제품들은 법과 표준에 의해서 생산되고 유통돼 소비자들에게 전달된다.

 

국민의 안전, 환경, 보건과 관련된 기준들은 각국의 정부가 정한 법령에 따라 관리되고 그 이외의 품질과 관련된 사항은 표준으로 관리된다.

 

표준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산업 경제활동에서 사용되는 표준은 주로 제품 규격, 제품 및 서비스 품질관리를 위한 표준과 소비자 안전, 환경, 보건을 위한 표준과 함께 경영 회계의 기준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표준이 활용되고 있다.

 

표준의 개발과 제정은 참여자들의 범위와 수준에 따라 결정되기도 하는데 ISO, IEC(International Electrotechnics Commission, 국제전기기술위원회)나, ITU(International Telecommunication Union, 국제전기통신연합) 등의 국제표준화 기구와 주로 미국의 ASTM 등과 같은 기술전문가 단체에 의한 사실상 국제표준화로 구분된다.

 

그리고 유럽연합의 지역 기반 표준화기관이 있으며, 각 국가는 자국의 국가표준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한편 국가표준이 국가 간의 자유로운 교역을 방해하는 기술적인 장벽으로 활용되지 않도록 WTO(World Trade Organization, 세계무역기구)는 협정을 통해 국제적인 표준의 사용을 규정하고 있다.

 

반면 안전, 환경, 보건과 관련된 국가표준에 따른 교역 규제는 예외로 허용하고 있어 국제 교역을 중재하는 중요한 요소로 활용되고 있다. 

 

이런 표준은 대부분 전통적으로 표준화를 위해 설치되는 조직을 통해 개발된 데 비해서 최근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가능성 확보에 대한 글로벌 마켓의 대응 요구 확산에 따라 글로벌 패션, 섬유 기업의 자발적인 노력에 따라 이루어지고 있다.

 

브랜드 기업의 이행 계획 수립과 기업 간의 협력을 통해 구성된 Higg Index나 ZDHC(Zero Discharge of Hazardous Chemicals)와 같은 섬유·패션업계의 자발적인 단체 구성을 통해 표준 개발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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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화 참여는 동업자 의무이다

전통적인 표준 개발 조직이나 기구들은 해당 분야 전문가들의 모임을 통해 표준화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어 특정 분야의 고도의 기술적 수준, 전문성을 바탕으로 세분된 표준의 개발이 이루어진다.

 

그에 비해 민간 기업들의 자발적인 표준 개발은 실질적인 목표 달성을 위한 정량적 이행 목표를 제시하고 달성도를 측정하는 외부의 다양한 표준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예를 들어 글로벌 브랜드 기업들은 의류 제품의 품질관리를 위해 공급망에서의 소재를 대상으로 표준을 활용했으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ESG 경영을 위해 자사를 비롯한 전체 공급망에서 환경관리를 위한 ISO 14000 표준 시리즈, 사회적 책임 이행과 관련된 ISO 26000 Guidance on Social Responsibility, 그리고 지배구조 건전성 확보를 위한 여러 표준의 적용이 필수화되고 있다.

 

이전에는 제품과 서비스를 위한 특정 부문의 기술적인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표준 개발이 집중됐으나 최근에는 제품과 서비스를 상품으로써 공급하기 위한 생산, 공급, 유통과정에서의 지속가능성 이행을 위한 객관성과 정당성을 확보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한편, 지속가능성 이행을 위한 자체 계획 수립과 업계 공동 활동에 글로벌 패션 브랜드 중심으로 자발적인 참여가 이루어지는 데 비해, 국내 관련 산업은 민간이 자발적으로 주도하는 지속가능성과 관련된 새로운 표준에 단편적인 참여만을 보이는 것은 우리에게 내재된 경험과 인식의 차이 때문으로 생각된다.

 

국제적으로 표준 개발을 주도하는 것은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이다. 국제표준이나 국가표준을 주도하는 해외의 전문가들은 각 기업에 소속되어 보통 은퇴 시기까지 매우 오랜 기간 동안 해당 표준화 위원회에 참가해 활동한다. 

 

표준 개발에 참여하는 표준화 활동은 투입되는 시간과 비용 그리고 개인과 기업의 노력에 비해 기대할 수 있는 직접적인 보상이 매우 작다. 해당 업계의 경쟁자들과 함께 협의하고 기술적인 경험과 자원을 공유하면서 산업계 공유재인 표준을 개발하는 것은 ‘동업자 정신’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해당 산업계에 참여하는 이해당사자로서 표준화 활동에 참여해 기여함으로써 해당 기업의 사회적 의무를 이행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산업계와 시장의 편리성을 개선하고, 소비자들의 이익을 보호하며 건전한 경쟁을 유도함으로써 산업과 시장이 건강하게 성장하게 하는 효과를 기대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동시에 ‘give and take’의 원칙이 확실하게 작동하는 시스템이 표준화 활동이다. 해당 표준개발 기술위원회에 지속적인 참여와 동시에 실질적인 기여가 없이는 표준화 활동을 통해 기대할 수 있는 성과가 매우 제한적이다. ‘치고 빠지기’식 표준 개발은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산업화 과정에서는 바이어가 제시한 기준과 표준에 따라 빠른 정해진 수량만큼을 가급적 빨리 생산해 선적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그러나 바이어가 우리에게 기준과 표준을 제시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는 우리가 시장을 만들어가야 한다. 그래서 표준화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를 글로벌 시장에서 동업자의 일원으로 그리고 파트너로서 인정받으려면 해당 산업계와 시장을 위한 공동의 협력에 기여해야 한다.

 

글로벌 패션 시장에서 지속가능성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결성된 Fashion PACT, FICCA(Fashion Industry Claim for Climate Action), Textile Exchange, SAC(Sustainable Apparel Coalition), Textile Exchange, ZDHC(Zero Discharge of Hazardous Chemicals) 등과 같은 협력체에서는 성과도출을 위해 자체적인 이행 프로그램, 표준이 개발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 기업과 전문가들의 참여를 확인할 수 없다.

 

 글로벌 섬유·패션 산업계의 일원으로 인정받으려면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 남들이 힘들여 만들어 놓은 업계 공유자산을 기여한 바 없이 이용하겠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는 격언은 패션 산업의 지속가능성 이행에도 적용된다. 새롭게 펼쳐질 지속가능한 패션 시장에 일원으로 기회를 가지려면 글로벌 패션 산업 공동의 협력에 참여해 기여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 

경력사항

  • (재) FITI시험연구원 Quality & Audit
  • ISO/TC 38 Textiles, convenor – WG27, WG31 SC24/WG5
  • ISO/PC 308 Chain of Custody, ISO/TC 323 Circular Economy delegate
  • 한중일 섬유산업연합회 협력회의 지속가능성분과 한국간사
  • UNFCCC (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 - Fashion Charter Working Group member
  • 경희대학원 섬유공학과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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